Apple 의 엔지니어 중심 기업 문화

구글이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이고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애플이 어떠한 회사인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최근에 몇 가지 기사가 나왔다. 조금 상반되는 내용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 애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나열해본다.

먼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Economy Insight 6 월호에 실린 기사.

악마적 천재, 스티브 잡스

“잡스는 그 시절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살펴보고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원할지, 그리고 애플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고의 지름길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합니다” (애플의 공동 창립자 워즈니악)
“마치 망하기 직전의 로마 같았어요.” 그 시기를 겪은 어느 사람이 말했다. 잡스가 사라지자마자 애플에는 제대로 된 구조도 규칙도 없다는 사실이 확연해졌다. 잡스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릴 것인가, 아니면 위로 치켜올릴 것인가?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 뒤 “황제는 병이 들었고 모든 원로는 자신의 사병을 무장시키고 권력을 탐냈다”고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말했다. 복수전이 펼쳐졌다. 잡스가 자신의 재등극 당시 데리고 온 사람들은 잡스가 없어진 순간 사냥감이 되었고 모든 중요한 안건에서 소외됐다. “제품이 발표됐다가 다시 취소되고, 다른 곳에서는 성급하게 개발됐다가 다시 버려졌습니다. 모든 것이 사내 정치였죠.” 
잡스가 없는 애플은 불안에 떠는 젊은이들의 모임일 뿐이었다.

잡스의 탁월한 천재성이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 반면 모든 결정을 잡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잡스의 건강이 애플의 가장 큰 우려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음은 최근에 Business Insider에 실린 애플에서 배운 관리 비법 8가지라는 글이다. 다른 글들에서는 애플의 관리 체계가 과연 지속적인 혁신과 창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우려를 줬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창의적 기업답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하나씩 나열해본다.

8 Management Lessons I Learned Working At Apple

1. 기술 회사는 관리자가 아닌 엔지니어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제품 관리(product management)를 많이 두지도 않았고, 모든 프로젝트 팀들은 아주 작았다. 그리고 이 팀들은 모두 엔지니어에 의해 운영되었다.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관리자들이 제품 관리자나 MBA가 아니라 엔지니어였다."

2. 관리자와 직원들 사이에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가 애플에서 10년여를 지낸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쉽게 형성된다. 제품 관리자와 코딩하는 원숭이들과 같은 분리가 있을 수 없었다"

3. 직원들에게 제품을 사용하고 개선할 자유를 줘라.
"직원이 제품을 쓰다가 문제를 발견하면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지만, 최고의 제품은 엔지니어 개개인으로부터 나온다."

4. 직원들이 계속 성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줌으로써 계속 회사 내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5. 데드라인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애플은 절대적인 데드라인을 반드시 지켰으며 품질 측면에서 애플의 품질의 기준에 미달하는 기능은 릴리스에 절대 포함시키지 않았다. 데드라인을 준수하여 릴리스하되, 이를 반복하라."

6. 경쟁 제품과 기능 싸움을 벌이지 말라.
"애플은 경쟁 제품과 비교하여 같은 수준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제품에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것은 애플에서 뿌리밴 기업 전통으로 직원들은 경쟁 제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현재의 제품 상태를 혁신하도록 요구받는다."

7. 자기 제품에 미친 듯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
"애플의 채용 프로세스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열정이다. 애플에 있고 싶은 열망만으로 몇 배 더 열심히 일하는 그러한 사람을 뽑는다. 회사, 제품, 일하는 스타일, 사명감에 열정적인 사람. 단지 자기가 만드는 제품이 좋아서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8. 일과 삶의 균형을 잡도록 강조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애플은 요구한다. 훌륭한 건강관리부터 연휴까지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을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열심히 일하지만, 일단 그 다음에는 스스로의 삶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애플의 모토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는 것은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도 벤처다운 문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거대한 벤처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별도의 관리자들이 없고, 엔지니어에 포커스를 둔 문화, 또 열정과 충실한 직원에 대한 강조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초기 벤처 때의 기업 문화를 유지해왔다. 이 문화가 성공의 많은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또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애플의 성공 이면에는 창의와 혁신을 가능케하는 기업 문화가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뛰어난 직관과 통찰에 의해 핵심적인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또 강하게 추진하는 회사라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그것은 기술 기반의 벤처 기업으로서는 그다지 나쁜 특성은 아니지만, 평생을 함께할 안정된 기업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특성들이다.
소규모의 팀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업무는 항상 양질 측면에서 도전적이며 또, 제품을 전업화된 product manager에게 맡기지 않고 엔지니어 출신의 관리자와 함께 풀어간다.
실제로는 중요 프로젝트에는 디자인 담당자들이 기술 엔지니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요 안을 만들며, 역시 스티브 잡스가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radical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한다.
잡스 개인이 각 엔지니어들을 얼마나 존중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애플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혁신적인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잘 정착이 되어 있고, 일상적인 결정 또한 이 기반 위에서 내려진다는 것이다.

기술이든 제품이든 프로젝트든 수많은 결정들을 필요로 한다. 어떤 사람들은 뻔한 결론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타 회사의 저명한 사람들에 의해 내린 결정이 최선의 것이 아니겠냐고 한다.
하지만, 많은 문제들은 하나의 완벽한 정답을 가지기 어렵다. 여러 가지 결정이 가능하며, 장단점을 가질 수 있다.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많은 생각을 거쳐 현명하고 똑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술 조직이 갖추어져야 한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조직은 무엇도 할 수 없는 조직이다. 특히 기술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다시 feedback을 받아 개선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결정 방식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고, 또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보완하고 더 나은 성공을 준비할 수 있다.

애플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한 조직으로 보인다.

[추가 (8월 8일)]
다음 글을 보면 구글의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은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 그리고 소규모의 프로젝트 팀 운용이라는 면에서 유사점을 보여준다.

Failure Is Always an Option at Google

위 글은 구글의 실패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시각 혹은 문화를 보여준다.
구글이 기업 초기부터 클라우드를 시작하면서 시스템 장애를 전제하고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설계하였기 때문에 출발점부터 장애(failure)를 옵션으로 둔 회사라는 재치있는 표현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다음 말이 와닿는다.

"구글은 좀더 빨리, 좀더 작게 실패하려고 한다. (try to fail faster and smaller) 평균 프로젝트 주기는 3년이 아니라 3개월이고, 평균적인 팀 규모도 매우 작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50명 정도를 이 일에 투입시켜줄 수 있습니까?' 하면서 내부적으로 로비를 하고 다니기보다 두세명이 모여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하는 식으로 bottom-up 접근을 한다. 두세명이 하는 일들은 최고위층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약점이 된다. 하지만, 엔지니어라면 본래 절반은 실패하길 바랄 것이다. 실험 결과 가설이 항상 맞다면 실험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어낼 수가 없다. 동전 던지기를 하는 것처럼 실험 결과가 앞면이 될지 뒷면이 될지 미리 알고 싶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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