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How to think creatively

이 글은 생각하는 방법과 창의적 사고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 상에 있다. 마침 재미있는 책을 하나 읽었다.


  Spark of Genius 천재성의 섬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등 역사 속에서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과학, 수학, 의학, 문학, 미술, 무용 등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사용한 13가지 발상법을 생각의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손꼽히는 천재들이 자신...









Robert Root-Bernstein과 Michele Root-Bernstein 부부가 함께 쓴 이 책에서는 유명한 과학자, 예술가들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다음 13가지 생각 방법들을 사용하여 생각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개인적으로 사례나 통계를 통해 현상들을 관통하는 어떤 법칙이나 경향들을 발견한 다음엔 그 법칙이나 경향들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까지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천재들이 보여준 창의적 성과들에 기여했다는 결론에 큰 공감이 갔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을 느낀 대로 단순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발견, 발명은 논리적으로 추론되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느껴지는 것이다. 논리는 이 발견, 발명의 근거를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것이다"
직관적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주장들은 창의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진전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먼저 생각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데서 문제 풀이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서 다루는 생각은 어떤 복잡한 문제(다음 블로그 참고 소프트웨어 국가 정책을 악제(惡題, wicked problem)적 특성에 맞게 2011년 8월 19일)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생각일수도 있고, 일상에서 샘솟는 새로운 아이디어일수도 있다.


생각하기(thinking)와 창의성(creativity)은 지속적인 관심사였고, 지난 블로그들 중에도 이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여태까지 고민해왔던 부분 중 하나는 사람의 뇌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은 뇌의 생각 방식은 크게 순차적인 사고와 비동기적인 사고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순차적인 사고와 비동기적인 사고
뇌의 편향성(lateralization of brain functions)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비대칭적이며 주로 좌뇌가 논리적이고 순차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가 비동기적이며 병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각하는 방법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좌뇌와 우뇌의 기능 편향성의 진위 여부보다는 순차적 사고와 비동기적 사고가 공존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분석과 총화의 반복적인 과정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역적 추론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고, 분석에 기반한 지적 추상화 과정을 통해 총화된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에서 곧잘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길을 찾아주는 혹은 만들어주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리적 사고법 외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게 한다.

새로운 생각의 메커니즘
새로운 생각이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런 생각의 떠오름에 메커니즘이 있을까?

비동기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생각은 스스로에게 던진 거듭된 질문에 대한 뇌의 답변 방식인 경우가 있다. 주로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데, 실제로 하나의 질문을 점점 더 구체화하고, 반복해서 질문을 생각함으로써 해답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여러 과학자나 수학자들의 사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창의적인 업적을 남긴 유명한 천재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생각을 반복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막다른 생각의 벽에 맞닥뜨렸을 때 끊임없이 관련된 생각들을 구체화하고 반복함을 통해 뇌에 입력을 강화하는 것은 머리 속에 불현듯이 떠오를 해답을 조우하기 위한 준비 의식 같은 것이다.

새로운 생각이 기존에 입력된 생각의 결과가 아닌 전혀 다른 독특한 생각일 경우도 있다.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경우이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떤 목적된 생각의 결과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해결책들을 생각해내는 과정과는 조금 다르다.

창의적 사고의 사례로 분석하고 예시하는 많은 대상들이 주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학자와 수학자들,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기업의 혁신가들이라 이러한 독립적인 아이디어들에 대한 분석은 많지 않다.
분석보다는 lateral thinking과 같은 책에서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목적된 생각의 결과로 새로운 해결책을 구하는 행위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우연히 떠올리는 행위는 분명하게 구분한 분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의에 대한 연구는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메커니즘은 많은 경우 연상 등을 통해 예전의 관심이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즉, 생각이 떠오르는 기본 메커니즘은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목적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면 이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두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련해나가는 과정을 결합한다면 실용적 관점에서는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활성화하는 데는 관찰력과 주의력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는 데에는 끊임없는 생각의 심화와 반복된 생각이 가장 직접적인 유도 방법이고 그외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관찰력과 주의력, 그리고 생각을 어디에서든 메모하는 습관 등이 보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생각하기에서 직관의 역할
생각하는 방법은 공리나 법칙, 가설 등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방법과 사실 분석에 근거하여 총화를 통해 경향성을 파악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새로운 생각은 이러한 생각의 반복을 통해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직관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얘기하는 직관은 추론을 통한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바로 떠오르는 (마치 느낌처럼) 생각을 뜻한다.
천재적인 과학자나 예술가들은 뛰어난 생각들을 추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감각을 통해서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저)"에서 언급하는 특별한 반복 훈련을 통해 신경 축색을 감싸고 있는 미엘린(Myelin)층이 두터워지면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사례와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특별한 능력'의 이면에 숨어있던 강력한 법칙들을 밝힌 책. 러시아의 허름한 테니스 코트에서 샤라포바 같은 최고의 선수들이 배출되고, 무명의 작가가 어느 날 천재적인 작품을 발표한다. 도대체 무엇이 평범한 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비범한 재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자신이 취재하면서 만나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들에게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라한 환경에서 탄생한 특별한 인재들과 그 주변 사람들, 재능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을 찾아 만나본 끝에 모든 재능에 적용되는 공통의 패턴이 있음을, 그리고 그 패턴이 인간의 뇌가 스킬을 습득하는 근본적인 매커니즘과 관련 있음을 밝혀냈다.












대니얼 코일은 "탤런트 코드"에서 완벽한 반복 훈련(최소 1만 시간이 필요)을 통해서 미엘린 층이 강화되어 비범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개인별로 이러한 폭발적인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점화 플러그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한다.


전형적인 뉴런의 구조와 미엘린 층 (출처 : wikipedia)
Myelin sheath


즉, 천재는 열정에 불을 붙이는 점화 플러그를 발견하는 것과 완벽에 이르도록 반복 훈련하여 미엘린 층을 강화하는 두 가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또다른 한 가지 요소는 마스터의 코칭이다. 개인적으로는 코칭 그리고 멘토링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점화와 완벽한 숙련을 이끄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제외하였다)

두 책의 주장을 통합하면 "숙련을 통한 미엘린 층의 강화는 새로운 생각을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결론 :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조금 성급하게 지금까지의 논리를 기반으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생각해본다.

생각의 형태는 분석과 총화, 추상화, 은유, 연역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하여 발전하고 심화한다.
분석과 분석을 통해 획득한 현상들에서 지적 추상화를 통해 개념을 구체화하고 쉽게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상물들로 은유해내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생각의 방법이다.
또 이렇게 획득한 개념들을 연역적으로 재구성해 현상들을 설명해내는 과정은 생각의 체계를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생각의 방법이다.

기본적인 생각의 방법들을 반복 훈련함을 통해 생각의 전개, 판단이 강화될 수 있다. 마치 탤런트 코드에서 얘기하듯 섬광처럼 생각하는 능력이 느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추론 과정에서 보여주는 판단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추론에서 보여지는 판단들과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판단 방법의 차이는 반복된 완벽한 생각 훈련의 여부, 그리고 동기 부여나 자신감 등에 의해 크게 달라지는 기본 자세의 차이(점화 플러그 유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많은 판단의 시점을 생각 속에서 만나게 된다. 이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판단은 정말 직관에 가깝지 않았나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의 두 책의 주장들에 근거한다면, 직관에 가까운 판단 혹은 생각은 점화된 상태에서 완벽을 향한 거듭된 훈련을 통해 얻어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창의적 생각의 목적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놀라운 해답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메커니즘은 발견되지 않았다.

비약을 무릅쓰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자면 다음이 아닐까 싶다.
  •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는 생각 훈련의 반복
  • 생각을 구체화하고 추상화하는 생각 훈련의 반복
  • 다양한 자극과 입력, 의외의 판단을 향해 열려있는 생각 훈련의 반복
이 끈질긴 생각의 완성 훈련이 조금 더 새로운 생각이나 더 나은 대안을 좀더 빨리 떠오르게 하지 않나 싶다.
생각하기의 반복은 1만 시간(약 10년) 동안 계속하기 전에도 충분히 여러 번의 도약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댓글

GeeIn님의 메시지…
아래 이세돌 인터뷰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건가요?

“창의성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지요. 바둑에 대한 생각을 무의식 중에 늘 하고 있어야 생깁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훈련이죠. TV나 영화, 책을 볼 때도 문득 창의적인 수가 생각납니다. 계속 무엇인가를 떠올리겠다는 암시를 하고 있어야 하죠. 맞다고 생각하면 그 수를 둬야 합니다.”

출처 - http://news.hankyung.com/201201/2012012982571.html?ch=news
Yoon Kyung Koo님의 메시지…
아, 그렇네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Spark of Genius에서 인용한 예술가, 과학자들과의 주장과 동일하네요.
김동렬님의 메시지…
우연히 찾았어요.
신기해라.
나누구게요?
순욱이언니도 보고싶고..
아빠 넘 유명해졌네요. 히히~^^
blog.naver.com/tgkyc1318
내가.누구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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