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조직 관리 - 목적 지향성, 협업성, 성장
관리는 정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다
팀장의 역할은 이러하고 프로세스는 이래야 하고 ...관리를 정적인 형태로 이해하는 경우 흔히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관리자가 조직 성원들 간에 기술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절차적인 부분만 생각해서 round-robin, random, expert 등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고 혹은 위계 조직답게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시만 하는 경우도 많다.
R&D 조직은 기술적 검증을 보통 조직 성원이 1차 진행하므로 의사 결정과 검증이 분리되는 현상은 의사 결정의 오류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인이 완벽하게 검증한 내용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각이한 수준, 각이한 경험의 개인들이 항상 조직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보 접근성 관점에서 보더라도 앞에 설명한 다양한 의사결정 규칙은 적은 정보로 결정을 요구하게 되므로 큰 오류가 있다.
일방적 의사결정
경험적으로 최악의 매니저는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지위를 사용하여 결정하는 유형이다.
기술 회의의 의견은 기술적 관점이어야 하나 지위를 발언권으로 이해하고 아무 얘기나 마구 해서 실질적인 회의의 집중과 심화를 훼방하는 습성을 가진 경우다. 기술적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가 딱딱할 필요는 없고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해 범위를 가능하면 제약하지 않는 게 좋지만 습관적으로 생각 없이 말을 하는 습성은 여러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큰 장애물이다.
의사 결정에서 지위는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청취를 통해 더 나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의사 결정의 근거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최악의 권위적 결정이 되고 이 과정에서 배제된 부원들은 점점 더 흥미를 잃고 수동화되고 성취욕이 강한 친구들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조직을 떠날 것이다.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훈련없이 그냥 얻어지진 않는다. 의견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경험이 누적되면 좀더 나은 청취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취의 수고와 시간에 대한 긴장감이 있겠지만 청취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한다면 점점 더 의견을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적 지향성이 전제
기업은 목적 조직이다. 여러 가지 목적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고 각 개인별로도 직간접적으로 업무의 목적을 기업의 목적과 연동하기를 원한다
구글에서 차용해서 화제가 되었던 O&KR(목표와 핵심 결과) 관리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목적 지향성은 조직과 개인의 다양한 활동을 목적에 비추어 방향을 잡도록 하는 것인데 개인들이 현재 주어진 업무를 정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목적을 고려하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국내에서는 O&KR을 KPI와 같은 평가지표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목표 설정을 좀더 본질적으로 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굳이 O&KR이 아니더라도 업무를 목적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재수립하는 게 일상이 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개인들이 좀더 목적의 방향으로 생각하고 의견, 아이디어를 만들고 나눌 수 있어야 목적 지향성이 개인에게까지 확산된다고 볼수 있다.
협업과 참여, 성장 등 추가된 가치들은 목적 지향성을 전제하고 논의해보자.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집단 지성을 얘기하면 매니저들로부터 흔히 듣는 하소연이 회의에 사람들을 모아도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아요’이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가 수동적이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장님, 사장님이 참석한 회의에서 일반 직원이 의견을 쉽게 낼 수 있는가? 왜?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묵시적으로 의견에 대해 큰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각을 얘기할 수 없다.
게다가 회의 도중 한번 큰소리가 나서 의견을 진압하는 일이 생기면 의견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관리자급 회의는 책임감 때문에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사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잘 알고 있고 생각을 해본 주제는 특별한 장애만 조성하지 않는다면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실무 담당자들이 모인 회의에서도 의견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 합리적 의견들이 의사 결정에 제대로 반영된 경험이 없어서 회의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관리자는 먼저 의견을 청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먼저 관리자들이 큰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 작은 의견을 내기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위계적 분위기가 직위 뿐만아니라 선임, 후임 간에도 고착된 병영 분위기라면 더 젊은 의견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관리자들일수록 좀더 깊이 생각하고 나중에 의견을 내는 게 좋다.
의사 결정은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약간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하게 판단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합리적 아이디어가 설명없이 무시되면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다음 회의부터는 의견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둘. 주제가 회의에서 논의되기에 참여자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브레인스토밍 수준의 회의에서 모든 걸 결정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런 경우엔 회의에서 주제의 성격과 도움을 얻을 만한 정보를 브레인스토밍하여 공유한 후 좀더 자세하게 준비할 사람을 지정하여 다음 회의를 준비하면 된다.
흔히 말하는 time-to-market이 무리한 의사결정 혹은 무조건 빠른 결정으로 이해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무조건이 아니라 충분함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충분함의 기준은 이해와 공유 그리고 아이디어의 충분함일 수 있고 한번 결정은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보완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좀더 나은 현실적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조급함은 비즈니스는 물론 조직도 망가뜨린다. 물론 생각 자체도 막는다.
충분한 의사 결정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생각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거쳐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급한 아이디어는 오류를 내포할 것이므로 보완할 수정안을 1,2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게 가장 낫다고 경험적으로 생각한다.
신입이라 할수 있는 게 없어요
업무를 분배함에 있어 어떤 관리자는 매우 마이크로하게 잘게 쪼개서 세세한 지시를 포함해서 업무를 정의하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한 직원이라면 답답해서 일을 못할 것 같은데 뿐만아니라 업무의 성격과 진행방법을 담당자가 재규정하는 과정이 생기기 어려워 담당자는 업무의 소유자가 아니라 수동적 행위자가 되며, 그 결과로 사고의 범위가 좁아지고 업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사라진다.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니어든 시니어든 끊임없이 기술의 변화를 학습하고 깊이와 커버리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습과 성장은 업무 자체를 통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의 범위를 한 사람이 충분히 설계부터 아이디어까지 생각할 수 있는 분량으로 나누는 것은 업무를 통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신입이라 일을 줄 게 없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듣지만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먼저 혼자 생각을 충분히 해보게 하면 신입도 많은 경우 잘 하기도 하지만 단계별로 협업적 검증과 개선 아이디어를 공유하겠다는 협업적 관점이 없는 게 잘못되었다.
신입이 아니라 주니어든 시니어든 단계를 좀더 좁히거나 늘릴수는 있어도 상호 공유와 리뷰, 주요 이슈 관리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연구개발이 점점 더 팀플레이로 바뀌고 있는 것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여러 사람의 더 많은 아이디어가 더 나은 결론을 만들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과학을 반영한 방향이다.
항상 성장을 의사결정 기준에 포함하자
지금 당장 급한 일이 급한데 어떻게 신입이 잘하길 기다렸다가 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매우 급한 일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에게 맡기는 것은 리스크를 높이게 된다. 그 의사결정은 그에 맞는 요소를 고려해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지식 노동의 특성 상 좀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좀더 많은 아이디어를 반영한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과 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통해 성장한다.
좀더 학습에 유리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성장하면 훨씬 더 나은 지식과 아이디어로 문제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당신의 조직 모델은?
조직이 100명이라면 100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의 성격에 따라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합집산하며 merge하는 모델을 상상해보자.
몇명의 매니저가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100명을 끌고가는 모델을 생각해보자.
비교하여 어떤 조직 모델이 더 나은결과를 내며 또 이를 통해 사람들을 성장시켜줄 것인가?
당신의 조직은 어떤 모델이며 어떤 목적을 갖고 있고 어떤 합목적적 결과를 만들며 어떤 성장을 개인과 조직이 이루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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