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특이성이 아니다
지적 노동을 하면서 오래도록 창의성에 민감하게 고민한 편인데
최근엔 창의성이 인공 지능과 생체 지능의 차이로 간주되어 인공 지능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기도 해서 새롭게 해석을 해보게 된다.조금 시간을 뒤돌아보면 스티브 잡스 시대의 창의성에 대한 강조가 있고 창조성을 기계적인 프로세스로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특이한 생각에 대한 태도는 사람들마다 사뭇 다른데 가끔은 천재성에 대한 판단과 혼용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생각, 특이한 생각, 천재적 생각, 창의적 생각 이런 것들이 좀 경계가 애매하게 사용된다고 할까?
가끔씩은 무엇이 생각이고 무엇이 발상인가 하는 것도 혼동될 때가 있다.
질문을 통해 의견을 개진해보자면 …
1. 색다른 의견을 많이 내는 사람의 의견들은 창의적인가?
의견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의 수준은 어느 정도엘까 하는 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브레인스토밍 수준의 생각들이 필요한 시점이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떠올리는 것이 필요할 때 색다른 의견들은 어떤 제약 없이 화두를 다양하게 끄집어내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생각을 모두 많이 한다면 의견이 모두 많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의문해볼 수 있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을 의견으로 출력하기 전에 검증과 심화의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
특이한 생각이 많으나 필터링 없이 주장하는 경우는 창의적일까?
창의성이란 실질적인 창조(개작 포함)를 위한 유용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개인이 아닌 집단을 위한 생각이라면 집단의 능력과 상관이 있다.
매우 불완전하더라도 그것을 보완해갈 능력을 집단이 갖추고 있느냐는 측면.
또하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매우 약한 필터링을 거쳐 나올 때 실제 유용할 확률 측면이 있다. 어느 정도 유용할 확률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전문성에 속하여 일을 하다 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그 아이디어들이 사후적으로 좋은 방향의 창의로 많이 발전하는 경우. (좋은 직관을 갖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경험들이 논리적 필터는 아니지만 사고의 방향을 확도 높은 축으로 움직이게 해주는 것처럼 보여지는 …
나는 생각이란 개인별로 모두 다른 기저로 구성된 공간 속에서 생성된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좋은 경험은 그 기저들을 움직여 더 나은 생각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에 대한 논리적 해석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이것을 뒷받침해줄 Spock 같은 동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
그러면 그냥 똑똑하고 의견 많은 사람은 그러한 기저를 갖춘 사고 공간을 갖고 있을까?
똑똑하다는 것은 사고의 속도와 공간 부피 두 가지 측면의 장점에 가깝다는 또다른 가설을 갖고 있다.
전문성의 경계를 넓힐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성은 획득하는 데 많은 노력이 전제되어야 기저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색다르지만 좋은 확률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창의적이다.
2.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창의적일까?
평범하지 않은 생각은 창의적일까?
앞의 기저 공간 가설을 특이성에 적용해보면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저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이므로 그 공간과 많이 다른 공간을 가진 사람일수록 특이한, 엉뚱해보이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특이함은 창의적 유용함의 확률을 높여줄까 하는 관점에서는 사실 독립적 요소이다.
많은 조직은 더 나은 생각을 만들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특이함을 과도하게 중시한다.
아마도 창의성과 특이성을 동일하게 보거나 특이성을 창의성의 필요조건으로 보는 것 같다.
정말 특이한 것만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유용성 관점에서 가질 수 있을까?
먼저 나는 creativity를 inventive idea 혹은 ideas toward invention이란 관점을 갖고 있다. 너무 추상화해서 용어만 남은 창의를 상정하지 않는다.
좋은 기저로부터 나온 특이한 아이디어도 한번에 유용성의 크기가 큰 아이디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류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지식화하고 적용하고 개선하는 중이다.
관련한 아이디어의 영역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생각의 속도와 공간 부피가 매우 좋은 똑똑한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다면 더욱 유용성까지 갈 길이 멀 가능성이 높다.
또하나의 가설은 특이해보이는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거듭하여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이다.
생각을 집중해서 많이 할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속도와 공간 부피는 타고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해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범에서 벗어난 착상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유전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해도 생각의 반복을 통해 아이디어를 착상하고 개선할 수 있다.
게다가 축적된 전문성이 있다면 기저 공간이 좀더 효율적인 생각을 만드는 방향에 있을 것이다. 이 얘기는 역설적으로 전문성이란 특정 영역에서 생각의 경험이 집적된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해결의 생각과 경험이 진정한 전문성을 축적시켜준다고 볼수 있고, 분야의 전문성이 가지는 지적 유연성을 획득하게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지적 유연성이란 축적된 전문성에 기반한 이해력과 발상력의 제고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특이한 것과 창의적인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이다. “Orthogonal”하다.
하지만 보편적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이미 구현된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계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의미하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계성 아이디어가 어떤 창의로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개인적으로 전문성과 결합하지 않은 경계성 아이디어, 즉 무작위하게 특이힌 생각에 투자할 가치는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3. 그럼 창의성은 어떻게 구현하는 것이 좋을까?
마냥 특이한 생각을 쫓는 방식은 브레인스토밍 시점을 제외하면 유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두 가지 방향으로 창의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제 조건으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생각을 거듭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면 출발점도 만들 수 없다.
첫번째는 기저 공간 가설을 한번 더 적용한 가설이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저 공간을 가진다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깊이 있게 병합한다면 더 큰 차원의 생각 공간을 근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2차원 평면들로 3차원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명의 천재성보다 여러 명의 범재성이 더 나을수도 있고 이왕이면 한 명의 천재성과 여러 명의 범재성을 병합한 공간의 아이디어를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두번째는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방향성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특이한 생각은 방향성이 아니라 경계성을 표현한다.
방향성을 만드는 방법은 조금 tactic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공 지능에서도 추론은 1차적 사고가 아닌 2차적 사고 프로세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일부 증명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가장 유용한 생각하는 방법은 근원적 사고(first principle)가 아닐까 생각한다.
좀더 근원적인 범주로 문제를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으로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이들이 이 방법을 여러 명의 천재성과 결합시켜 문제를 풀고 있다.
전문성에 기반하여 창의의 방향과 규모를 재정의하는 방법에 가깝다.
약한 전문성과 약한 범재성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것은 속도와 공간 부피의 문제여서 아이디어의 수준은 다르겠지만 충분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설에 기반한 생각들이긴 하지만 경험적으로 수준에 맞는 창의로운 조직을 구성하려 할때 유의미한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애초 질문에 다시 답한다면 "창의적인 생각을 모으면 특이성이 강하겠지만, 특이한 생각을 모으면 창의적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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