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를 넘기기란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지고 있던 선수가 엄청난 집중력과 투혼으로 듀스 혹은 동점을 만들어낸다.
그 여세를 몰아서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험난한 노력 끝에 대등한 상황을 만든 다음에 어이없는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작년 초였던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을 맞아, 예술같은 경기 능력,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보였지만, 이기는 경기는 쉽게 이기면서도 상대방의 서비스 게임을 듀스 혹은 어드밴티지까지는 계속 가면서도 결국 게임을 빼앗지는 못하고 긴 시간 끝에 세트 2:3으로 역전패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아마 이 경기가 세계 랭킹 1위에서 2위로 물러나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달이 부상을 당한 후 슬럼프에 빠져 페더러가 다시 1위로 복귀한 것으로 기억한다.

야구든 배구든 단체 경기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야구 경기에서 초반에 대량 실점하여 많은 점수차로 뒤지다가 중반에 힘겹게 동점까지 쫓아간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바로 그 다음 회에 결승점을 내어주고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 마치 데자뷰 같은 느낌...

고비를 넘긴다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심리적인 도전을 담담하게 이겨내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 고비에 다다랐다면, 고비를 채 넘기 전에 이른 안도감에 기인한 심리적인 무장 해제와 또, "왜 이렇게까지?"라는 자문에 이른다.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하다가 굳이 정상까지 가는 이유를 스스로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이미 먼 길 떠나왔다면 등정한 후에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마음속 회의와 갈등이 뒤엉킨다. 마치 인생이란 산을 오르다가 왜 오르고 있냐고 묻는 것처럼...

길에 대한 판단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눈보라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눈보라 속에서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다. 가던 길, 목표했던 방향으로 계속 가서 이정표를 만나거나 눈보라가 그치면 그때 다시 판단해야 한다.

아직 듀스까지 이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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