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전술에 대한 단상

1998~1999 시즌 남자농구 기아팀 감독은 박인규 씨였다.

코치에서 처음 감독으로 데뷔한 해, 포스트 시즌에서 기아는 당시 허재 선수가 노장으로 뛰고 있었다. 문득 이 기억이 가끔 나는 것은 기아가 4쿼터에서 4,5분 남겨놓고 밀리고 있는 시점에서 부른 작전 타임아웃 때문이다. 보통 신선우 씨 같은 지략가 감독들은 매우 많은 작전을 지시한다. 선수들은 그 작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변경하면서 훈련한 데로 움직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줄어들고, 또 훈련한 데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 감독은 타임아웃 시간 동안 단 한 가지 말만 했다.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느릿느릿하게

"이럴 때일수록 수비가 중요해"

그러자 (아마도 타임아웃 시간이 남아도니까...), 외국인 기술코치 같은 사람이 영어로 뭐라고 떠들고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허재 선수는 외국인 코치를 쏘아보고...
TV 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 결국 기아는 그후 4,5분 동안 급격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박인규 씨는 첫 사령탑에 올라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그후 삼성생명 여자농구팀 감독을 맡아 우승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이 기억이 자꾸 나는 것은 지도자가 전략과 전술이 없으면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 충격이었다. 정말 감독이란 사람이 그저 위치만 차지하고 팀을 화학적으로 이끌지는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요즘따라 이 기억이 자꾸 연상되는 것은 모 기업의 어려움은 아무런 전략과 전술이 없는 경영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투자"

뒤지고 있던 경기를 막판에 몰아부쳐 거의 따라간 상태에서 역전골을 먹었을 때, "이럴 때일수록 수비가 중요"하다고 하고, 아무런 전술적 detail 을 전달하지 못하는 초보 감독의 한계에서,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서 전술적 공격과 후퇴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허한 구호만 남발하고 이에 따라 모든 기업 운영을 전략 구호와 즉흥성에 의존하는 서글픈 오류를 본다.

오래된 기억이라 상세한 것은 잘못 연상된 것도 있을 것 같지만 당시 기아는 팀 전력만으로는 상대가 너무 강하였다. 다만 끝까지 제대로 붙어보지 못하고 스스로 막판에 무너진 듯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박인규 감독은 그후 여자 감독으로 우승도 차지하였기에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전술을 적시에 구사하는 감독이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실패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보완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 현실 인식 능력이 못 미더울 뿐이다. 아니라면 decision을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위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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