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공개)과 Commercialization(상업화). 함께 발전할 수 있을까?

플랫폼 API 공개가 국내에서도 바람처럼 불고 있다. SKT가 자사의 서비스들 API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Open이 SKT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전사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결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API 공개와 소스 공개
소프트웨어 관련하여 Open(공개)을 두 가지로 크게 분류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연결 방법 즉 인터페이스를 공개하는 것이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프로그래밍을 통한 연결 방법을 뜻한다.
또다른 하나는 소스 공개 즉, 오픈 소스(Open Source)이다.
오픈 소스의 경우에는 소유권과 사용권의 수준과 방법이 라이센스에 따라 많이 다르다.
GPL처럼 철저하게 공공재로서만 사용되고 사적 이해를 위해 사용할 수 없는 라이센스부터 BSD나 아파치 라이센스와 같이 어떤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약만 있는 라이센스.
그리고, 특정 기업이 소스를 공개하면서 자사만 사적 이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GPL과 Commercial License의 이중 라이센스 방식 등이 있다.

API 제공은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만, 또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를 보통 lock-in 효과라고 부르는데 Facebook이 자사의 핵심 자산인 개인별 소셜 관계 그래프를 API를 통해 제공하고 좋은 서비스의 자유로운 발전이 자연스럽게 Facebook 자체의 성장이 되도록 하는 것은 놀라운 공생의 비즈니스 모델로 보인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법 역시 이렇게 API 수준에서 공개하는 것 외에 소스를 오픈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 관점에서 보면 오픈 소스 플랫폼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가져가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특정 기업에 lock-in되는 문제를 피할 수가 있다.
오픈 소스 CMS 플랫폼인 Drupal 프로젝트 창업자인 Dries Buytaert는 Drupal에 기반한 Acquia라는 회사를 만들어 세번에 걸쳐 2350만 달러(약 260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Dries는 최근 오픈 소스 프로젝트와 상업적 이용에 대한 블로그를 썼다.

The commercialization of a volunteer-driven Open Source project

많은 성공적인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간접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수천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는 Drupal 역시 상업적 이해를 가진 기업들이 각자 필요한 부분, 아쉬운 부분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개발이 진행되고, 완성도가 높아지고, 다목적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Dries는 오픈 소스 개발 커뮤니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이 개별 기업의 상업적 이해에 따라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적절한 관리 체계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며, 이 관리 체계와 의사 결정은 개별 기업의 일시적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기술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는 공유이다

공유(sharing)는 오픈 소스 움직임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으로 자산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공공의 자산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API 공개 역시 플랫폼이란 자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창의적 서비스를 유도할 수 있고 매 서비스마다 플랫폼을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공유의 정신을 일부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개(Open)는 공유(Share)가 핵심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Drupal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초기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업처럼 오픈소스 위원회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필요에 따라 후원하고 자발적 참여자들을 모으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제품이나 모듈을 오픈 소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시작 단계에서부터 사유물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기여는 자연스럽게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권위와 리더십을 기여자에게 주는 경향이 있다. 물론 프로젝트 활성화에 따라 좀더 적극적인 참여자와 기여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프로젝트 리더들로 자연스럽게 지명되게 된다.

기업과 공개
기업이 소스나 플랫폼 API 공개할 때 자신의 자산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을 사용하거나 참여할 개인이나 다른 기업의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와 공개가 지속되고 지원됨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공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개인의 자발적 참여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과 참여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는 매우 큰 탄력을 준다.
자발적 기여를 할 수 있는 헌신적이며 유능한 개발자는 경제적인 조건에 따라 제한적이다.
공개는 공유이다. 기업에서는 공개를 통해 사유 자산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그림에서 수익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오픈 소스에 대한 의존도가 클라우드 시대에 와서 점점 더 높아지고, 개별 기업이 모든 스택을 다 자체 구현하거나 타 제품을 사기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뒤처지게 되어 오픈 소스 전략을 어떻게든 세워야만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오픈 소스의 기술적 혁신이 개별 기업의 기술적 혁신보다 효율적일 것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크다. 하지만, 오픈 소스와 공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어디서 어디까지를 공유하고 어디서 어디까지는 차별화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핵심 부분을 공개하고 참여에 의해 유지하겠다는 오픈 소스 기반 기업이라면 무엇을 커뮤니티에 제공할 수 있는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수익을 어떻게 내며, 그 수익 중 일부를 어떻게 커뮤니티에 되돌릴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해 API를 공개한다면 API를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에게 신뢰를 주고, 이해에 맞게 API를 발전시켜나가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업이 공개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픈 소스 역시 점차 고도화된 개발 프로세스를 프로젝트에 도입하여 quality와 release timing 관리를 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후원이 있다면 좀더 안정적인 개발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이냐 아니냐 자체보다는 혁신의 추동과 참여라는 관점에서 오픈 모델을 사용할 것인가 비공개 모델을 사용할 것인가, 혹은 혼합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P.S 자바와 OpenJDK
여담이지만, 기업과 오픈 커뮤니티가 공생하는 모델인 이중 라이센스 모델은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은 것 같다.
최근 자바 개발자들에게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오러클이 안드로이드 관련하여 구글을 제소하고, 애플에서 차기 맥 OS에는 자바를 기본 번들하지 않고, 맥 앱스토어에도 자바 프로그램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얼마전 JCP(Java Community Process) 집행 위원회에서 개인 자격으로 오랫동안 참여했던 Doug Lea 교수가 오러클이 자바를 사적 이해에 따라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하지만 GPL 라이센스인 OpenJDK에는 계속 기여하겠다고 했다.
OpenJDK는 소스 코드는 GPL v2(클래스 경로 예외 조항 있음)에 따르지만 바이너리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지금은 오러클)가 권한을 가지고 배포하게 되어 있다. 즉, OpenJDK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OpenJDK Contributor Agreement라는 약정서에 사인을 하고 바이너리 관련 위임을 하게 되어 있다. 오러클은 OpenJDK 산출물의 유일한 배포자이자 변형본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OpenJDK의 라이센스 모델은 엄밀하게는 이중 라이센스가 아니다. 기존에 이중 라이센스였으나 지금은 GPL 단일 라이센스로 바뀌었다. 다만, 바이너리 부분에서 오러클이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바이너리는 소스 코드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오러클이 바이너리를 통하여 수익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GPL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JCP는 JDK를 포함한 자바 관련 스펙을 정하는 프로세스이고 OpenJDK는 이중 JDK 부분을 개발하는 커뮤니티이다. 스펙 참여와 소스 구현은 별개라고 보는 것은 조금 의외이다. JCP에서 API 수준까지 정하며 참조 구현(Reference Implementation)까지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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