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서 느끼는 Steve Jobs의 개인 컴퓨터 Metaphor(은유 체계)
지난 6월부터 맥북프로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니 이제 반년쯤 되었다.
구매 동기는 아이폰앱 개발이긴 했는데 실제로 개발하진 않았고, 구입 직후에 정든 회사 퇴직을 결정하여 결국 퇴직 후 사용하기 위한 개인 노트북이 되어버렸다.
국내에서 맥을 사용하는 것은 MS조차 버린 액티브X가 지배하는 국내 웹 환경을 고려하면 큰 모험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복잡한 사이트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별 문제될 건 없었다.
맥OS X의 만족도는 100점은 아니다.
맥OS X의 만족도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솔직히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MS 윈도우에 익숙해있다가 맥에 적응하는 게 처음엔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안정성 부분도 몇 주에 한번 정도는 전원을 눌러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주로 플래시 플러그인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운영체제가 중지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MS 윈도우에 비해 최대절전모드가 매우 안정적이고 빠르다는 점은 놀라웠다. 이건 아이폰에도 그대로 적용된 기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Safari 브라우저, Emacs 에디터, 그리고 Xcode 개발툴, iTunes(음악과 iTunes U 동영상) 정도인데다가 그나마 아이폰으로 인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iTunes 같은 경우도 많은 시간을 맥이 아닌 아이폰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맥북의 활용도는 브라우징, 개발, 오피스 사용한 문서 작성이 핵심이다.
오랫동안 MS 윈도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MS 윈도우와의 차이는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제일 처음 느끼는 건 터치패드이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멀티터치가 익숙해졌지만, 오랫동안 마우스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에게 마우스가 아닌 멀티 터치를 통해 컴퓨팅 입력을 한다는 건 첨 느끼기엔 매우 불편한 것이다.
처음엔 스크롤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엄청 당황하고 불편했었다. 브라우저의 스크롤바를 찾아 일일이 터치로 드래깅하려니..
손가락을 두 개로 하면 인식을 다르게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멀티 터치에 대해 알고 나니 금방 적응이 되었다. 마우스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더 편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맥북과 MS 윈도우의 다른 관점, 다른 개념들
MS 윈도우와 크게 다른 개념 중 하나는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의 차이이다. MS 윈도우는 유닉스에서 얘기하는 프로그램과 프로세스의 차이를 그대로 준용한다. 즉, 프로그램은 실행 가능한 바이너리를 뜻하고 이를 실행하면 실행만큼의 프로그램 인스턴스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프로세스이다. MS 윈도우에서는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실행시킬 수가 있다.
맥OS X에서는 맥용 GUI 애플리케이션은 두 개의 인스턴스를 만들지 못한다. 화면 아랫쪽 Dock에 표시된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아래에 불이 켜지면 실행된 것을 나타낸다. 물론 맥OS X이 freebsd라는 오픈소스 유닉스 체제 기반이기 때문에 유닉스 프로세스들은 앞에서 얘기한 데로 여러 개의 인스턴스를 실행할 수 있다.
데스크탑용 GUI 애플리케이션은 front-end로 실행되는 개념인데 이것이 여러 개 실행된다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PC 개념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즉, 데스크탑은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포인팅 장치인 터치패드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형으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메타포를 가지고 있는데 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프로그램은 하나이고 문서는 여러 개 될 수가 있다는 메타포이다.
MS 윈도우는 프로그램도 여러 개 실행될 수 있고, 프로그램 인스턴스별로도 여러 개의 문서를 열 수 있다.
이 맥OS X의 인스턴스 개념은 맥OS X의 윈도우 관리자에서 제어하는 부분이며, 유닉스 콘솔을 사용하면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를 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Safari 브라우저를 두 개 띄우려면 유닉스 콘솔에서 백그라운드로 실행시키면 된다. 즉, 기본 데스크탑 메타포는 두 개의 프론트엔드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나, 실제 기반이 되는 프로세스는 유닉스 프로세스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실행을 엄격하게 금지하지는 않은 것이다. 재미있게도 맥OS X의 캐치 프레이즈는 유닉스의 파워, 맥의 단순함(Power of UNIX. Simplicity of the Mac)이다.
또하나 특이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명시적으로 종료를 실행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윈도우를 모두 닫아도 프로세스가 종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처음 PC를 발명할 때부터 시종일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함께 결합시켜 생산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IBM사의 PC용 운영체제를 개발한 것이 아닌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음에 개인용 컴퓨터를 발명할 때부터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분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맥북프로를 살펴보면, 노트북을 닫으면 최대절전모드로 빠지는 것이나 키보드의 핫키들이 실제 프로그램의 제어와 밀접하게 결합하는 것은 MS 윈도우 계열에서도 흔한 기능이지만 그 외에도 노트북을 열지 않고 배터리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배터리 게이지나, 노트북의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면 지시등 같은 장치들은 상당히 놀랍다.
수면 지시등의 경우는 최대수면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지시등이 약 5초의 간격으로 서서히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한다. 이것은 사람이 자면서 고르게 숨쉬는 것을 에뮬레이션한 것으로 애플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iTunes의 음악 기능들은 애플의 이어폰을 통해서 하드웨어적으로 시작, 정지, 볼륨조절 등이 가능하다.
Steve Jobs에게 컴퓨팅 장치는 단순히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마치 고양이를 다루는 느낌으로 맥북을 다루면 좀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할까?
맥북을 닫으면서 쌕쌕거리고 자는지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배터리 확인하고..
이러한 것이 맥북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가면 더욱 장치와 밀접하게 결합을 하게 된다.
맥북에선 잠자는지 살펴보는 정도였다면 아이폰은 완전히 다른 마법 장치로 발전시키게 된다.
또 한가지 지적할 건 Inertial Scroll (관성 스크롤) 기능이다.
맥북에서 수평, 수직 스크롤은 손가락 두 개로 좌우 혹은 상하로 움직이면 된다. 이러한 터치점의 갯수를 사용한 컨트롤은 노트북 휴대시 조금 불필요하게 부피를 차지했던 마우스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게 해준다. (손가락 세 개로 좌우를 스크롤하면 브라우저에서 뒤로, 앞으로 기능이 된다. 브라우저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매우 편리하다.)
관성 스크롤은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위해 부드럽게 쓸어내리면 스크롤바가 물리적 법칙인 관성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가속이 되었다가 서서히 속도가 줄면서 정지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관성 스크롤이 매우 정밀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스크롤이 매우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Front Row라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포함되어 있는데 극장 제일 앞열을 뜻하는 이 프로그램은 Command+ESC를 기본 핫키로 하여 실행되게 되어 있어 처음엔 무척 놀랐다. 뭘 잘못 눌렀더니 갑자기 윈도우 시스템이 종료하고 도스로 빠진 기분이었다. Front Row는 Full Screen에서만 실행되는 미디어 센터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터치패드 입력을 전혀 받지 않고 화살표 키보드 입력에만 움직인다.
TV 리모컨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애플 이어폰으로도 제어 가능. 애플 이어폰은 맥북, 아이폰의 아이튠즈를 볼륨업다운, 실행, 중단, 아이폰의 전화 수신, 종료 등을 제어할 수 있는데 Front Row의 메뉴 이동 역시 제어할 수 있다. 애플 이어폰의 버튼이 세 개인데 이 세 개의 버튼 장치를 이용하여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맥북이나 아이폰을 손대지 않고 리모컨처럼 제어한다는 건 하드웨어 장치가 이런 류의 소프트웨어 마법이 가능한 장치들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음악이나 TV, 동영상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개념이기 때문에 잠시 윈도우 시스템은 접어둔다고나 할까?
영화 예고편 컨텐츠는 좋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애플 TV 컨텐츠가 없어서 유용성은 좀 떨어진다. 다운로드한 동영상이나 iTunes U(University), podcast는 Front Row에서 즐길 수 있다.(iTunes U는 음악>재생 목록>iTunes U로 찾아들어가야 해서 조금 접근성이 나쁘고 찾기 어렵다.)
약간 설명이 장황해졌는데 Front Row는 맥북이 TV와 같은 미디어로 바뀌는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맥북의 윈도우 시스템을 감추고 TV를 시청하는 개념이다.
맥북이란 장치의 메타포는 플랫폼이 아니라 고양이?
이제 장황한 설명들 그만 하고 맥북에서 느끼는 메타포를 정리해보자.
랩탑인 맥북은 고정된 데스크탑에서 휴대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폰, 아이패드가 등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기기이다.
차별화된 기능들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가 마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체인 랩탑을 점점 더 잘 설계된 기계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하나하나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는 이러한 응용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목적 외에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을 좀더 자연스럽게 인간이 사용하는 기기와 유사하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까?
물론 맥북에서 나타난 이런 특성들은 아주 원시적인 맹아에 불과한 것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만능 생활 가전 기기로 메타포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에서 규격만 만들고 하드웨어는 기본 규격만 준수하면 범용적으로 허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밀접하게 결합하고 이에 따라 좀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MS 윈도우를 탑재한 노트북을 종료할 때에도 최대절전모드를 사용했었다. 그때에는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 액정에 전원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은 그냥 맥북을 닫는다. 그리고 sleep indicator 불빛이 수면 호흡을 시작하면 가방에 넣는다.
발에 전원 케이블이 걸려도 노트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자석 방식 독특한 전원 장치도 휴대성을 높여준다.
잡스가 맥북의 메타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떤 이는 잡스가 컨텐츠 유통을 하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집어넣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생각이 가진 함정은 기기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잡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잡스의 컨텐츠 유통을 위해 맥북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주는 게 아니다. 잡스는 이러한 시장 원리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 기기가 가진 메타포에 친숙해지는 것은 기기가 얼마나 메타포를 잘 구현하고 있고, 또 그 메타포가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 (learning curve) 없이 좋은 가치를 전달해주는가에 있다.
잡스의 메타포는 항상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기기와 잘 결합하고 있다. 아마도 초기부터 전용 하드웨어와 함께 운영체제 개발과 비즈니스를 해왔기 때문에 그 메타포가 더 친숙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운영체제와 윈도우 시스템은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플랫폼이란 메타포뿐이겠지만 잡스에게는 애완용 고양이 같은 좀더 고도화된 형태의 메타포와 결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맥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맥북을 플랫폼에서 고양이처럼 다루고 있다. 가끔씩 Safari와 Flash plugin의 memory leak 때문에 뻗지만 않는다면 더 귀여운 고양이일텐데.
구매 동기는 아이폰앱 개발이긴 했는데 실제로 개발하진 않았고, 구입 직후에 정든 회사 퇴직을 결정하여 결국 퇴직 후 사용하기 위한 개인 노트북이 되어버렸다.
국내에서 맥을 사용하는 것은 MS조차 버린 액티브X가 지배하는 국내 웹 환경을 고려하면 큰 모험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복잡한 사이트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별 문제될 건 없었다.
맥OS X의 만족도는 100점은 아니다.
맥OS X의 만족도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솔직히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MS 윈도우에 익숙해있다가 맥에 적응하는 게 처음엔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안정성 부분도 몇 주에 한번 정도는 전원을 눌러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주로 플래시 플러그인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운영체제가 중지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MS 윈도우에 비해 최대절전모드가 매우 안정적이고 빠르다는 점은 놀라웠다. 이건 아이폰에도 그대로 적용된 기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Safari 브라우저, Emacs 에디터, 그리고 Xcode 개발툴, iTunes(음악과 iTunes U 동영상) 정도인데다가 그나마 아이폰으로 인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iTunes 같은 경우도 많은 시간을 맥이 아닌 아이폰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맥북의 활용도는 브라우징, 개발, 오피스 사용한 문서 작성이 핵심이다.
오랫동안 MS 윈도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MS 윈도우와의 차이는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제일 처음 느끼는 건 터치패드이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멀티터치가 익숙해졌지만, 오랫동안 마우스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에게 마우스가 아닌 멀티 터치를 통해 컴퓨팅 입력을 한다는 건 첨 느끼기엔 매우 불편한 것이다.
처음엔 스크롤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엄청 당황하고 불편했었다. 브라우저의 스크롤바를 찾아 일일이 터치로 드래깅하려니..
손가락을 두 개로 하면 인식을 다르게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멀티 터치에 대해 알고 나니 금방 적응이 되었다. 마우스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더 편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Front Row 실행 중인 맥북프로 |
만족도는 상대적인데 아이폰4는 기대했던 것을 모두 상회하는 매우 높은 만족도를 주는 데 비해, 맥북은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맥북과 MS 윈도우의 다른 관점, 다른 개념들
MS 윈도우와 크게 다른 개념 중 하나는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의 차이이다. MS 윈도우는 유닉스에서 얘기하는 프로그램과 프로세스의 차이를 그대로 준용한다. 즉, 프로그램은 실행 가능한 바이너리를 뜻하고 이를 실행하면 실행만큼의 프로그램 인스턴스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프로세스이다. MS 윈도우에서는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실행시킬 수가 있다.
맥OS X에서는 맥용 GUI 애플리케이션은 두 개의 인스턴스를 만들지 못한다. 화면 아랫쪽 Dock에 표시된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아래에 불이 켜지면 실행된 것을 나타낸다. 물론 맥OS X이 freebsd라는 오픈소스 유닉스 체제 기반이기 때문에 유닉스 프로세스들은 앞에서 얘기한 데로 여러 개의 인스턴스를 실행할 수 있다.
데스크탑용 GUI 애플리케이션은 front-end로 실행되는 개념인데 이것이 여러 개 실행된다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PC 개념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즉, 데스크탑은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포인팅 장치인 터치패드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형으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메타포를 가지고 있는데 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프로그램은 하나이고 문서는 여러 개 될 수가 있다는 메타포이다.
MS 윈도우는 프로그램도 여러 개 실행될 수 있고, 프로그램 인스턴스별로도 여러 개의 문서를 열 수 있다.
이 맥OS X의 인스턴스 개념은 맥OS X의 윈도우 관리자에서 제어하는 부분이며, 유닉스 콘솔을 사용하면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를 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Safari 브라우저를 두 개 띄우려면 유닉스 콘솔에서 백그라운드로 실행시키면 된다. 즉, 기본 데스크탑 메타포는 두 개의 프론트엔드 애플리케이션 인스턴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나, 실제 기반이 되는 프로세스는 유닉스 프로세스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실행을 엄격하게 금지하지는 않은 것이다. 재미있게도 맥OS X의 캐치 프레이즈는 유닉스의 파워, 맥의 단순함(Power of UNIX. Simplicity of the Mac)이다.
또하나 특이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명시적으로 종료를 실행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윈도우를 모두 닫아도 프로세스가 종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처음 PC를 발명할 때부터 시종일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함께 결합시켜 생산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IBM사의 PC용 운영체제를 개발한 것이 아닌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음에 개인용 컴퓨터를 발명할 때부터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분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맥북프로를 살펴보면, 노트북을 닫으면 최대절전모드로 빠지는 것이나 키보드의 핫키들이 실제 프로그램의 제어와 밀접하게 결합하는 것은 MS 윈도우 계열에서도 흔한 기능이지만 그 외에도 노트북을 열지 않고 배터리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배터리 게이지나, 노트북의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면 지시등 같은 장치들은 상당히 놀랍다.
수면 지시등의 경우는 최대수면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지시등이 약 5초의 간격으로 서서히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한다. 이것은 사람이 자면서 고르게 숨쉬는 것을 에뮬레이션한 것으로 애플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
Mac Sleep Indicator Mimics Human Respiratory Cycle
그리고, iTunes의 음악 기능들은 애플의 이어폰을 통해서 하드웨어적으로 시작, 정지, 볼륨조절 등이 가능하다.
Steve Jobs에게 컴퓨팅 장치는 단순히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마치 고양이를 다루는 느낌으로 맥북을 다루면 좀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할까?
맥북을 닫으면서 쌕쌕거리고 자는지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배터리 확인하고..
이러한 것이 맥북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가면 더욱 장치와 밀접하게 결합을 하게 된다.
맥북에선 잠자는지 살펴보는 정도였다면 아이폰은 완전히 다른 마법 장치로 발전시키게 된다.
또 한가지 지적할 건 Inertial Scroll (관성 스크롤) 기능이다.
맥북에서 수평, 수직 스크롤은 손가락 두 개로 좌우 혹은 상하로 움직이면 된다. 이러한 터치점의 갯수를 사용한 컨트롤은 노트북 휴대시 조금 불필요하게 부피를 차지했던 마우스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게 해준다. (손가락 세 개로 좌우를 스크롤하면 브라우저에서 뒤로, 앞으로 기능이 된다. 브라우저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매우 편리하다.)
관성 스크롤은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위해 부드럽게 쓸어내리면 스크롤바가 물리적 법칙인 관성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가속이 되었다가 서서히 속도가 줄면서 정지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관성 스크롤이 매우 정밀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스크롤이 매우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Front Row라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포함되어 있는데 극장 제일 앞열을 뜻하는 이 프로그램은 Command+ESC를 기본 핫키로 하여 실행되게 되어 있어 처음엔 무척 놀랐다. 뭘 잘못 눌렀더니 갑자기 윈도우 시스템이 종료하고 도스로 빠진 기분이었다. Front Row는 Full Screen에서만 실행되는 미디어 센터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터치패드 입력을 전혀 받지 않고 화살표 키보드 입력에만 움직인다.
TV 리모컨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애플 이어폰으로도 제어 가능. 애플 이어폰은 맥북, 아이폰의 아이튠즈를 볼륨업다운, 실행, 중단, 아이폰의 전화 수신, 종료 등을 제어할 수 있는데 Front Row의 메뉴 이동 역시 제어할 수 있다. 애플 이어폰의 버튼이 세 개인데 이 세 개의 버튼 장치를 이용하여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맥북이나 아이폰을 손대지 않고 리모컨처럼 제어한다는 건 하드웨어 장치가 이런 류의 소프트웨어 마법이 가능한 장치들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음악이나 TV, 동영상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개념이기 때문에 잠시 윈도우 시스템은 접어둔다고나 할까?
영화 예고편 컨텐츠는 좋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애플 TV 컨텐츠가 없어서 유용성은 좀 떨어진다. 다운로드한 동영상이나 iTunes U(University), podcast는 Front Row에서 즐길 수 있다.(iTunes U는 음악>재생 목록>iTunes U로 찾아들어가야 해서 조금 접근성이 나쁘고 찾기 어렵다.)
약간 설명이 장황해졌는데 Front Row는 맥북이 TV와 같은 미디어로 바뀌는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맥북의 윈도우 시스템을 감추고 TV를 시청하는 개념이다.
맥북이란 장치의 메타포는 플랫폼이 아니라 고양이?
이제 장황한 설명들 그만 하고 맥북에서 느끼는 메타포를 정리해보자.
랩탑인 맥북은 고정된 데스크탑에서 휴대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폰, 아이패드가 등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기기이다.
차별화된 기능들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가 마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체인 랩탑을 점점 더 잘 설계된 기계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하나하나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는 이러한 응용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목적 외에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을 좀더 자연스럽게 인간이 사용하는 기기와 유사하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까?
물론 맥북에서 나타난 이런 특성들은 아주 원시적인 맹아에 불과한 것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만능 생활 가전 기기로 메타포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에서 규격만 만들고 하드웨어는 기본 규격만 준수하면 범용적으로 허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밀접하게 결합하고 이에 따라 좀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MS 윈도우를 탑재한 노트북을 종료할 때에도 최대절전모드를 사용했었다. 그때에는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 액정에 전원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은 그냥 맥북을 닫는다. 그리고 sleep indicator 불빛이 수면 호흡을 시작하면 가방에 넣는다.
발에 전원 케이블이 걸려도 노트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자석 방식 독특한 전원 장치도 휴대성을 높여준다.
잡스가 맥북의 메타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떤 이는 잡스가 컨텐츠 유통을 하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집어넣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생각이 가진 함정은 기기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잡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잡스의 컨텐츠 유통을 위해 맥북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주는 게 아니다. 잡스는 이러한 시장 원리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 기기가 가진 메타포에 친숙해지는 것은 기기가 얼마나 메타포를 잘 구현하고 있고, 또 그 메타포가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 (learning curve) 없이 좋은 가치를 전달해주는가에 있다.
잡스의 메타포는 항상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기기와 잘 결합하고 있다. 아마도 초기부터 전용 하드웨어와 함께 운영체제 개발과 비즈니스를 해왔기 때문에 그 메타포가 더 친숙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운영체제와 윈도우 시스템은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플랫폼이란 메타포뿐이겠지만 잡스에게는 애완용 고양이 같은 좀더 고도화된 형태의 메타포와 결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맥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맥북을 플랫폼에서 고양이처럼 다루고 있다. 가끔씩 Safari와 Flash plugin의 memory leak 때문에 뻗지만 않는다면 더 귀여운 고양이일텐데.
P.S. 맥북과 MS 윈도우의 우위를 비교한다면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맥북의 장점은 매우 사용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메타포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그러면서도 왠지 명품처럼 느껴지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또, 부팅 및 종료 시간이 짧은 것도 큰 장점이다.
아내는 틈만 나면 맥북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PC는 거의 사용 않는 뱅킹 전용이 되어버렸다.
P.S. 2. 고양이의 은유는 자연의 일부이면서 사람에게 능동적 혹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를 뜻한다. 잡스는 Personal Computer에서 "Personal"의 의미를 개인 혹은 사람과 친화적으로 결합한 컴퓨팅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 컴퓨팅에서 조금 느껴지는 이런 느낌은 모바일 컴퓨팅인 아이폰에서 더욱 짙어진다.
P.S. 2. 고양이의 은유는 자연의 일부이면서 사람에게 능동적 혹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를 뜻한다. 잡스는 Personal Computer에서 "Personal"의 의미를 개인 혹은 사람과 친화적으로 결합한 컴퓨팅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 컴퓨팅에서 조금 느껴지는 이런 느낌은 모바일 컴퓨팅인 아이폰에서 더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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