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ecraft 게임에서 보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집단 지성을 동력으로 하는 혁신
혁신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들 중 사람의 창의를 동력으로 하는 창의적 혁신과 그룹 혹은 불특정한 인류의 협업적 지성을 동력으로 하는 집단적 혁신(Collective Innovation)이 최근 두드러지는 혁신의 형태들입니다.

집단적 혁신은 일정 수준의 개방과 공유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열린 혁신 혹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상당 부분 겹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혁신을 두고 공개(Openness)의 의미에 대해서는 몇 번 블로그를 통해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Minecraft 게임의 인기
Minecraft 게임은 스웨덴의 한 게임 개발자가 2009년 5월에 일주일만에 개발하여 대중에 공개한 게임으로, 계속해서 수정과 패치를 거듭하는 알파 버전이었다가 2010년말에 베타 버전이 릴리스된 일종의 3차원 빌딩 블록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월 5일 현재 496만명이 가입하고 149만명이 구매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인기 있는 게임입니다.

Minecraft 소개 동영상

Minecraft가 새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게임은 참여자가 직접 게임 툴을 사용하여 레고 블럭을 쌓듯이 다양한 창조물을 만들 수가 있다는 점인데 광물을 채집하는 다양한 형태의 광산 뿐아니라, 호수 위에 떠있는 태양계 행성들, 피라미드, 인기 TV 시리즈인 스타트렉에 나오는 우주 모함, 심지어 8비트 CPU 에뮬레이터 등 실제 게임보다 게임 사용자들의 기발한 창조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왔다는 데 있습니다.
게임은 최소한의 규칙과 창조를 위한 툴을 제공하고, 게임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우주를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형태인 셈입니다. 현재는 단순한 빌딩 모드 외에 밤에는 괴물들이 나오고, 다양한 해로운 건축물들이 숨어있는 생존 게임 모드를 지원합니다. (게임을 직접 해보지는 않아서 정확하진 않습니다. 게임의 빌딩 블록들이 아주 단순한 레고 블록들은 아닙니다. 간단한 전기회로나 논리 게이트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지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또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홍보 등 마케팅 수단이 게임 참여자들의 구전과 자신이 만든 게임 내 창조물을 올린 유튜브, 그리고 이를 알린 소셜네트웍 등 철저히 참여자들의 자발성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즉, 입소문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웍을 통해 전파되어 급속하게 확산된 모델입니다.

Minecraft는 몇일 전에 발표된 2011 IGF(Independent Game Festival) 경쟁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습니다.

집단 지성 관점에서 본 Minecraft 게임

개인적으로 Minecraft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위키피디아 외에 뚜렷하게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지 않은 불특정 다수가 구성하는 집단 지성의 혁신이 게임 영역에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참여와 나눔을 통하여 인간이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볼수 있는데 위키피디아의 추동력은 바로 나눔의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Minecraft는 나눔보다는 창조 자체에 대한 본성과 게임적인 유인들이 결합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싶습니다.

보통 회사나 조직 내부 인력들의 집단적 창의와는 대응되는 개념으로 집단 지성을 얘기하는데, 집단 지성은 집단의 구성 방식에 따라 점점 인류의 공공재화되어가는 인터넷을 통한 집단 지성, 소셜 네트웍을 통한 집단 지성, 전통적인 그룹의 집단 지성 등으로 형태를 세분할 수 있습니다.

집단 지성을 활용한 업무 형태를 흔히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부르는데,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무 형태입니다.

Minecraft에서 창조된 건축물, 조형물들은 인터넷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결과물들이 다시 게임 속에서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좀더 완전한 개방형 혁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Minecraft는 통합 서버가 없고 클라이언트나 특정 서버 ip에 접속해서 잘 알려진 그룹들끼리만 공유가 가능한 형태입니다. 추후 Minecraft가 클라우드 기반의 단일 서비스 형태로 발전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임 참여자들의 결과물이 다시 게임의 요소가 되면 이상적인 집단 지성으로 볼 수 있겠지만, Minecraft 역시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새로운 계층(layer)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개방형 혁신의 부분 레이어 개방 방식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결과물 즉, 다양한 건축물들이 현 시점에서는 재사용되거나 하지는 않으므로 집단 지성에 기반한 혁신은 적합한 표현이나 개방형 혁신이라 부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다만, 게임 사용자들이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게임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창조물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전략의 성공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Minecraft에서 나타난 집단의 창의를 크라우드소싱하자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Minecraft는 사람들의 창조에 대한 욕구와 게임적 요소를 동시에 자극하는 특성을 가진 게임입니다.
창조할 수 있는 재료와 도구를 주고, 그 창조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Minecraft가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요소를 유인으로 하는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에도 이러한 창의에 대한 소싱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입니다.
다른 기술, 다른 서비스, 다른 게임 영역에서도 사람의 창조와 공유에 대한 욕구를 집단 창의의 유인으로 사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P.S. 창의적 혁신과 집단적 창의
Minecraft 게임 사례를 보면서 집단 지성에 기반한 혁신을 언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두로 갖고 있는 창의적 혁신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의문을 꺼내봅니다.

집단 지성의 창의와 일반적인 기업이나 조직의 창의의 관계는 어떠할까요?
어느 것이 더 특정 문제 해결에 효율적이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줄까요?

이 문맥에서 얘기하는 집단적 창의는 기업이나 조직 외부의 창의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내부의 창의는 전문성과 경험, 팀웍, 창의를 북돋우는 문화 그리고 개개인의 창의에 의존합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몇 가지 짚어봅니다.

(1) 전문성
중요한 의사 결정에 관여된 지식의 전문가가 필요하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문성을 크라우드소싱할수 있느냐 여부가 집단적 창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됩니다. 글로벌의 전문가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가정이 내부 소싱(in-sourcing)보다 크라우드소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종종 사용됩니다.
보통 개방형 혁신을 강조하는 중요 전제 중의 하나가 전문성의 글로벌소싱 가능성입니다. 개방형 혁신과 집단 지성이 Minecraft 사례에서 보듯이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집단 지성이 개방형 혁신의 핵심 추동력이 됩니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형태이든, 오픈소싱을 통한 공유 형태이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교육 부문에서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적극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보호되는 지적재산을 둘러싼 영역에서는 각 기업의 이해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점차 개방, 공유되는 지적 영역들이 늘어나고 글로벌 영역에서 핵심 소프트웨어의 많은 부분들이 소스 수준이나 API 수준에서 개방되어 전면적으로 혹은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하게 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전문성은 내부 소싱이든 크라우드소싱이든 확보해야 할 전제가 됩니다. 다만, 비즈니스의 경우 내부 소싱할 전문성이 부족해서 크라우드소싱에 의존할 때에는 그 분야가 비즈니스의 핵심 차별 영역이면 비즈니스를 운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각 도메인 별로 크라우드소싱의 현황을 분석하고 새로 크라우드소싱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유인들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필요하다면 정부나 공익 기구, 대학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브레인스토밍과 문제 심화
창의를 개인의 수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면 참여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들을 심화하고 문제를 재설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의 경우에는 내부 소싱, 크라우드소싱에 따른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지역적인 인접성과 동시성이 중요합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팀웍을 갖추어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디오 컨퍼런스 등 여러 가지 툴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같은 장소에 모여서 서로를 느끼면서 진행하는 것만큼 깊이 있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또 토론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크라우드소싱 역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face-to-face 협의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크다고 생각됩니다.
크라우드소싱은 팀웍으로 뒷받침된 내부 소싱에 비해 개인의 창의에 의존하고 아이디어의 상호 침투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됩니다. 

(3) 의사 결정
심화발전된 창의는 의사 결정을 통해 실천되어야 합니다.
크라우드소싱의 경우 중요 의사 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의 경우에도 운영위나 코디네이터를 설치하여 의사 결정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내부 소싱이든 크라우드소싱이든 의사 결정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야 합니다.

내부 소싱과 크라우드소싱은 장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이 글로벌 단위에서 소싱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내부 소싱보다 더 나은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극히 낮은 확률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내부 소싱은 효율적인 창의적 아이디어의 조탁 측면에서 분명히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라우드소싱의 창의적 영역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정도 수준에서 보류하고 더 탐구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유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끊임없는 창의를 크라우드소싱하여 혁신을 만들 수 있느냐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크라우드소싱할 부분은 그 유인에 포커스를 두고, 내부 소싱할 부분은 핵심 영역의 전문성과 창의적 문화를 갖추는 데 포커스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크라우드소싱과 내부 소싱할 영역들을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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